강원네트워크신문 : 겨울철 일기속담 풀이

동해기상대장 최승태
우리 선조들은 생활의 지혜로 일기속담을 계절별로 다양하게 만들어 사용하였는데 이번에는 겨울철과 관련된 속담의 내용을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대한이 소한 집에 왔다가 얼어 죽었다. 소한·대한은 24절기 중의 하나로, 소한은 보통 1월 5일경이고 대한은 1월 20일경이다. 보통 소한부터 추위가 시작된다는 것이며, 이는 겨울철의 가장 추운 때가 소한부터 대한 사이의 기간이라는 뜻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속담의 내용은 소한이 대한보다 더 춥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실제로 소한이 대한보다 춥다기보다는, 사람이 느끼는 체감온도가 소한이 더 춥게 느끼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소한은 추위가 시작되는 때이므로 추위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라 더욱 춥게 느껴지고, 대한은 이미 추위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이므로 상대적으로 소한만큼은 덜 춥게 느껴진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는 동지로부터 약 한 달 정도 지난 때, 즉 대한 때가 기온이 가장 낮다. 이때는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보다 지구에서 나가는 에너지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둘째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 24절기 중의 하나인 동지는 본격적으로 추운 겨울철이 시작되는 때다. 원래 병해충 등은 기온이 낮아지면 활동을 못하고 죽는다. 그런데 동짓날 이후 한겨울 동안 시베리아로부터 북서풍이 불면 그에 따라 찬 공기가 몰려와 날씨가 매우 추워지므로, 겨울을 나는 각종 해충이나 애벌레들이 얼어 죽게 되어 다음해 농작물이 잘 자라 풍년이 든다는 뜻이다.

셋째 눈 오는 날 거지 빨래한다. 옛날에는 겨울에서 빨래를 했다. 그래서 북서풍이 쌩쌩 부는 추운 날에는 거지가 빨래를 생각조차 할 수 없으나, 눈이 오는 날은 그렇게 춥지 않으므로 빨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이 오려면 구름이 끼어야 하고 구름이 생성되면 수증기가 응결되어야 한다. 한편 물이 증발할 때는 열을 빼앗아 가지만, 증발된 수증기가 응결할 때는 빼앗아갔던 열을 내놓게 되므로 날씨가 그만큼 따뜻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지표면이 밤에 복사냉각되면 열을 내놓는데 구름 낀 날은 이 열이 구름 속에 머물러 있으므로 기온의 하강을 막아 준다. 그래서 눈 오는 날이 포근한 것이다.

거지 빨래하는 날이 많아지더라도 영동지방에 많은 눈이 와서 겨울 가뭄이 해소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