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닌 길 (道)

동해 부곡동에는 태극기 공원이 있다.

승지골쪽으로 건널목을 건너 농협에 볼일을 보러 다니는 사람들은 태극기공원을 가로 질러 다닌다.

원래 길이 없었으나 모두들 조금이라도 가까운 지름길로 다니다 보니 빤드르하게 길이 생겨 버렸다.

길이 아니더라도 여럿이 자꾸 다니면 자연스레 길이 되는 것이다.

인도에서 공원 쪽으로 올라서자면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약간 부담스런 한발자국이다.

어차피 여러 사람들이 이용하니까 나는 편리하도록 디딤돌 하나 놓아 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자 태극기 교체작업을 같이하던 동료가 대뜸 한다는 말이 “길이 아닌데 왜? 다녀” 하며 못 다니게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가지고 그 친구와 언성 높일 일이 아니어서 그러고 말았지만 그 친구 말이 꼭 틀린 것은 아니라서 그일 이후 나는 그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고 이렇게 글까지 쓰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길이 아니라고 막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법(法)이란 글자를 그대로 풀면(水)자에 갈거(去)자를 합친 글자로 즉 물길 가는대로 라는 뜻 이라고 한다. 어쩌면 법의 정의를 이렇게 명쾌하게 규정 할 수 있을까?

새삼 옛사람들의 지혜에 감탄을 금 할 수 없다.

그러기에 자연스럽게 생겨난 지름길을 막는 것은 제대로 가려는 물길을 막는 것이나 마찬가지며 법이나 행정도 물길을 터주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순리이기에 디딤돌을 놓아 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길이 아닌데 왜? 다니느냐는 항변은 일면 타당한 듯싶으나 그것은 법의 횡포에 가깝다. 처음에 공원을 만든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만들었다.

엉뚱한데다가 공원 진입로를 만들어 놓으니 그리로 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조금이라도 가깝게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용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성 인데 말이다.

애초에 잘못 설계된 공원을 고쳐야지 많은 사람들의 불편을 감수하며 돌아서 다니길 강요하는 것은 옳은 처사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실례는 우리들의 생활에 별것 아닌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니 이로 미루어 보아 법이 오히려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게 한다.

역사상 최대의 악법은 30년대 미국의 금주법이라고 한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제한을 한 법이니 그러한 법이 제대로 지켜질 리 없어 선량한 범법자를 양산 하였다고 한다.

보고 싶다면 보게 해주고 쉬고 싶다면 쉬게 하여 주고 먹고 싶다면 먹게 하여주고 빨리 가고 싶다면 빨리 가도록하여 주는 것이 인간을 위한 법이고 좋은 법이다. 그러한 법은 따르기도 쉬워 그것이 곧 물길 가는 대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러하므로 부곡 공원으로 들어오는 곳에 디딤돌을 마련해 주고 나무 울타리도 제거하여 제대로 된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