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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준연 동해기상대장./강원네트워크 |
미각지당춘초몽(未覺池塘春草夢)인데 계전오엽이추성(階前梧葉已秋聲)이라. ‘연못가의 봄풀이 아직도 꿈같은데, 섬돌 앞의 오동잎은 벌써 바스락거린다’는 주자의 권학문 중 일부이다. 고교생들은 입학한 것이 엊그제 같을 텐데 벌써 수학능력시험이다.
기상청 직원으로서 수능한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93년에 수학능력시험이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20년이다.
지난 19년 동안 수능 시험 당일에 동해지역의 일최저기온이 평년보다 낮았던 때는 11일이었고, 태백지역은 1995년부터 17년간 11일이었다. 일최저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던 적은 동해가 3일, 태백이 9일이었다.
게다가 사람은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말초신경의 체온이 떨어져서 실제보다 춥게 느끼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부정적인 기억은 오래 기억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인간은 좋은 것은 쉽게 잊고 나쁜 것은 오래 기억하도록 진화해왔다.
그래서 수능한파라는 말이 생겼을 테고, 말에는 힘이 있으니 더욱 더 확대재생산 되었으리라.
비록 한파주의보를 내릴 정도의 혹심한 추위가 몰아쳤던 것은 아니지만 평년보다 기온이 낮은 날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니, 동해와 태백에서는 수능한파라는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래도 동해와 태백 모두 점점 평년기온과의 차이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게다가 올해 수능일의 최저기온으로 동해는 8℃, 태백은 3℃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평년 기온보다 각각 1℃와 2℃ 높은 것이고, 예비소집일인 시험 전날보다 각각 2℃씩 오른 것이니, 춥다고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홈페이지의 배너(201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 기상정보)를 통해 시험장의 날씨 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저기온·최고기온뿐만 아니라 3시간 단위의 기온ㆍ풍향ㆍ풍속ㆍ습도·구름양·강수확률까지 보여주고 있다. 지역으로도 찾을 수 있고, 검색창에 시험 보는 학교 이름만 넣어도 되도록 편리하게 만들었다.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이니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이라. 서두에 언급한 권학문의 일부이다. ‘나이 드는 것은 쉬우나 공부는 어려우니, 자투리 시간이라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는 의미이다.
눈송이 하나는 먼지처럼 가볍지만 그것이 쌓이면 지붕도 무너뜨리고, 캔버스에서 상대를 아무리 많이 때렸어도 마지막 카운터 한 방이 있어야 다운시킬 수 있다. 남은 시간 건투를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