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되기 전의 일이다. 횡단보도를 보행하다가 자전거와 부딪쳤는데, 다친 곳이 없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일이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경찰이 되고 나서 알고 보니 자전거도 엄연한 ‘차’ 이며, 보행 중인 필자를 치고 간 자전거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에 해당됨을 알고 난 후, 내심 필자를 치고 갔던 자전거 운전자를 향해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고 생각한 일이 있다.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A는 자전거로 도로를 주행 중, 삼거리에 이르러 도로 모퉁이를 도는 좌회전 차량과 부딪쳤다. 보호장구를 하나도 착용하지 않은 A와 자동차가 부딪쳤으니 당연히 A의 피해가 더 컸다. 그러나 과실 책임이 더 큰 쪽은 ‘A’ 였다. 왜냐하면 A는 역주행을 하다가 코너를 도는 좌회전 차량과 부딪친 것이었으며, 역주행은 도로교통법 13조 위반인 ‘중앙선 침범 및 통행구분 위반’ 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보행수단의 보조 정도로 생각할 뿐, 자전거를 ‘차’ 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한순간 부주의로 사고가 나면 더 큰 피해를 입고도 더 큰 책임을 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자전거는 도로교통법 2조에 의해 엄연히 ‘차’ 로 분류되고, 따라서 신호위반이나 속도위반, 통행방법 위반 시 범칙금 부과 대상이 되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적용된다.
순찰을 하다 보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지나가거나, 도로를 역주행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이러한 행위가 도로교통법 위반이 되어 범칙금 부과 대상이 됨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범칙금 부과 대상이 되어 통고처분을 받는 것도 억울하지만, 자신이 더 큰 피해를 입고도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이 더욱 억울한 일일 것이다. 2017년에는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도 ‘차’ 라는 것을 인식하시고, 더 큰 피해를 입고도 더 큰 책임을 지는 일을 당하시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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