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붓을 들었다. 그러나 글씨만 쓴 것은 아니다.
먹 한 방울이 흘러내릴 때, 마음이 따라 흘렀고
한 획이 고요히 눕혀질 때, 나는 내 인생의 쉼표를 새겼다.
서예는 단순히 ‘글’을 쓰는 일이 아니다.
자기 마음을 쓰는 일이고, 그 사람의 깊이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먹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고, 종이는 나를 품는 공간이다.
그래서 서예는 내게 ‘삶을 정리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전통’에 머무르지 않았다.
의미와 형식, 문장보다 감정과 호흡에 주목했다.
붓글씨 안에서 그림을 그렸고, 글자 속에 이야기를 담았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한 획을 비틀고, 때로는 붓을 종이에서 띄웠다.
글씨는 글씨다워야 하지만, 동시에 예술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내 안에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요즘 시대에 서예는 낡은 예술이라고.
그러나 나는 믿는다. 손으로 쓰는 일, 마음으로 눌러 담는 일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창작이자, 가장 아름다운 기록이라고.
내 붓 끝에 담긴 건, 멋이 아니라 진심이다.
정제된 문장이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이다.
나는 오늘도 한 장의 한지를 꺼내,
그 위에 한 줄의 인생을 써 내려간다.
작가 프로필 | 김재구
기사최종편집일: 2025-07-10 09: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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