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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학대의 대물림은 이제 그만
박미선 / 강원남부아동보호전문기관 임상심리사
 유난히 화가 많았던 아이는 엄마와 단둘이 살며 잦은 체벌을 받았다. 아이는 학교에선 수시로 화를 내고 이를 주체하지 못해 벽에 머리를 박는 자해행동을 했다.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며 반 아이들의 수업을 방해하는 일이 잦아 친구 역시 없었다. 쉬운 단어를 띄엄띄엄 읽을 뿐 책을 읽지 못했고, 그나마 자신 있어 하던 덧셈 곱셈은 수업을 따라가기엔 부족했다.

아이는 모래놀이치료를 시작했고 잦은 감정의 변화를 보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치료실로 함께 들어간 뒤 화를 내며 구석에 쭈그려 앉은 채 시간을 다 보내는 경우도 있었고 유튜브로 알게 된 이야기를 할 때 관심 있게 들어주니 그 모습에 즐거워하기도 했다.

아이의 엄마 역시 어린 시절 계모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집을 떠나 생활했던 불우했던 어린 시절로 부모님의 사랑을 받아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못된 행동을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이와 자주 다투며 화를 내면 오히려 아이가 먼저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사과한다며,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이의 모래놀이치료와 엄마에 대한 부모교육이 함께 진행되었고 예전에 비해 아이가 화를 내는 수준과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했고 아이와 다퉜던 일들은 대화로 풀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후에도 가끔 아이로 인해 힘들다는 아이 엄마의 전화를 종종 받곤 했다. 짧은 통화지만 아이 엄마는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엄마는 내 마음을 몰라준다’며 토라지는 아이로 인해 고민된다는 이야기를 털어놓곤 한다. 격려와 공감으로 엄마를 지지하며 수화기를 내려놓는 나의 마음속에는 어쩐지 엄마에게도 엄마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엄마가 필요하다고 생각해본다.

이처럼 아동학대 후유증 감소를 위해 심리치료현장에서 만나는 피해아동들은 대부분 부모에 의한 학대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있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자녀가 태어나 성장할 때까지 오랜 시간 지속되는 관계로 부모는 자녀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자녀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행동과 가치관, 지식 등의 교육을 담당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가정에서 겪는 부모와의 초기 경험은 아동의 성격발달 및 대인관계에 더 중요하고, 부모의 양육태도는 아동의 사회성발달, 정서발달과 인격형성, 사회화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봐야한다.

부모가 보인 부정적인 양육태도로 인한 아동학대 경험은 아동의 우울, 불안뿐 아니라 위축, 신체화, 비행 및 공격성 등의 부적응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부모와의 관계 및 또래관계 문제와 같은 후유증으로 남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년시절 경험한 가정폭력과 신체학대의 경험이 많은 아동은 성인이 되어 그 스스로 부모가 되었을 때 과거 자신이 당한 학대의 후유증으로 인해 자녀와 애착의 안정성이 떨어져 가족 응집력이 낮아지고 대인관계 문제를 가지게 되어 부정적인 양육태도를 보이게 된다. 결국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은 부모가 된 후 부정적인 양육태도로 자녀를 학대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되는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이렇듯 아동학대 행위자인 부모는 가해자인 동시에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피해자로 그 심리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피해아동뿐 아니라 행위자인 부모를 위한 심리치료 지원의 필요성과 지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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